공유와 협력의 교과서만들기, ‘빅북(Big Book)’ 운동
- 내용과 과정 그리고 Q&A
대표 조영복(부산대 교수, (사)사회적기업연구원장)
1. 나는 누구이며 왜 이 운동을 시작하는가?
프로필
부산대학교 경영학과를 1976년 입학, 졸업하였다. 1985년 인제대학 교수를 시작으로 1990년 부산대학교 경영학과에 부임하였으며, 현재 동 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이다. 2006년 (사)사회적기업연구원을 설립하였으며 현재 이사장(원장)이다. 2011년 한국인사관리학회 28대회장으로 선임되었으며, (재)휴면예금관리재단의 이사와 사회적기업인 행복나래(주)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에 대한 국제비교연구를 진행하고, The SROI Network의 구성원으로 사회적기업의 가치측정과 사회적 금융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협력적 소비와 공유경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경영학분야에는 『경영학원론』, 『조직관리론』『CEO를 위한 경영학』 등의 저서가 있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을 위한 중장기정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2010년부터 사회적기업정책연구 총서(현재 10권)를 발간하였으며, 2012년 학술우수도서로 선정된 『사회적기업 아름다운 경영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2년 사회적기업육성을 통해 국가사회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국민포장을 수상하였으며, 2013년 한국최초의 사회적기업학회 초대회장에 선임되었다.
배경
1982년부터 시작된 30년 동안의 대학교육 강단에서 나는 많은 기쁨을 느꼈으며 이런 기회가 나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 감사한다. 이제 내가 받은 행복과 경험, 그리고 이룬 성취를 나를 키워준 사회와 대학 그리고 학생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시간이다. 너무 늦기 전에 이 일을 시작하고 싶다.
그동안 대학교육은 많이 변했으며 지금도 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아직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다. 아직도 무거워 불편하고, 변하지 않아 새로운 내용이 부족하고, 그래서 보관하거나 오래 두고 싶지 않아 서책형 교과서를 멀리한다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지불하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는 않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싶다. 그리고 그 답은 실시간으로 변해가는, 모두가 함께 만드는 디지털 스마트 교과서일 것으로 생각한다.
또 다른 하나의 배경은 대학교과서는 저자가 대학에 있을 때는 살아있지만 저자가 대학을 떠나면 그의 인생과 같이 대학교재도 대학사회에서 사라진다는 현실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원론’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대학교재의 변천 역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한 저자가 정성을 다해 만든 교과서가 사라지고 다시 누군가가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을 반복해온 것은 시간과 노력이 낭비된 것이다. 이제 교과서 생산구조를 생산-폐기라는 선형적 구조가 아니라 선순환적인 재생산 구조로 만들 필요가 있다. 1세대의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값진 원론들은 세대를 넘어 전수되어져야 하며, 이는 유산을 이어가듯이 진화하고 도약하는 교과서가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가 만드는 원론형 교과서는 닫혀 있는, 사라지는, 일회용 교과서가 아니라 관심 있고 유능한 다음세대의 저자들이 마음대로 수정하고 보완하여 보다 쉽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열려있고(open) 살아있는(live) 지속가능한(sustainable) 교과서가 되어야만 하며, 이는 모두의 협력과 공유로 가능할 수 있다.
2. 이 운동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
비전
보다 나은 지식재창조 공간을 위해 모두를 위한 고등교육 교재(interactive smart textbook for everyone in the world)를 만드는 것이다. 교수와 학생, 전문가와 일반시민이 참여하여, 지식을 찾고 만들어서 누구나가 언제나 어디서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초적이며 원론적인 교과서를 대상으로 하며, 이를 위해 실시간으로 update가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한다. 우리는 이를 빅북(BigBook) 운동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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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를 빅북(BigBook) 운동이라 부른다. 빅북은 노숙자의 자립을 위한 빅이슈(Big Issue)나 시민사회의 참여를 강조하는 빅소사이어티(Big Society)의 개념과 그 맥을 같이한다. |
목표
1차 목표(2014~2016)
저작권 기부를 통하여 원론형 대학교재 100권의 e-book을 생성하고 이를 Web와 App을 통하여 공유한다. 이를 위해 저작권을 기부하고자 하는 전국의 유수한 저자들과 협력하며, 공유를 위한 홈페이지(www.bigbook.or.kr)를 구축·운영한다.
2차 목표(2015~2017)
100개의 교과서에 다양한 multimedia 자료(동영상, 참고논문, 신문기사 등)들을 탑재하고 상호 연계될 수 있는 Smart textbook을 만든다. 이를 위해 교과서마다 전문가들이 상시적으로 활동하는 집단을(Big Group)을 형성하여 교과서를 모니터링하고 수정한다.
3차 목표(2016~ )
쌍방향교과서(IST; Interactive Smart Textbook)로 발전시킨다. 이를 위해 저자와 독자 그리고 전문가들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며, 지속가능한 살아있는 교과서를 만들어 세대를 이어 가는 공유교과서를 만든다.(live and sustainable textbook)
3. 어떤 일을 누구와 함께 하고자 하는가?
고등교육인 대학의 지식 중 원론형 지식은 자신의 연구결과로 이론을 펼친 논문이나 업적과는 달리 앞선 학자들의 이론과 성과를 설명하고 집적한 문화적 유산(cultural heritage)의 성격이 있다. 이러한 지식은 인류의 발전을 위하여 공유될 필요가 있으며, 고등교육에서 소외된 계층에게 교육기회의 균등이라는 측면에서도 나누어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원론형 대학교재의 저작권을 모두를 위하여 기부하실 교수님들을 지원한다. 그리고 새롭게 원론을 만들고자 하는 젊은 학자들에게도 그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지식과 자료를 원론에 활용하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과도 협력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을 환영하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기대한다. 아울러 이런 활동에 필요한 새로운 자료를 생성하거나 축적해온 언론사들과 더불어 실용적인 연구결과와 사례를 가진 전문 연구기관과도 협력한다. 나아가 이런 운동에 관심이 있는 개인기부자들과 공유경제와 지식나눔에 관심 있는 기업의 사회공헌과도 연계하며, 디지털 시대의 미래를 예견하고 공감하는 대학교재 출판사들과도 협력한다.
4. Q&A
내용
1) 저자들인 교수들은 왜 참여하게 되는가?
2) 출판사는 왜 동의하게 되는가?
3) 대학생들과 학부모는 왜 좋아하게 되는가?
4) 기업, 혹은 출판사가 직접 하는 것 보다 나은 점은 무엇인가?
5) 정부가 하는 것 보다 나은 점은 무엇인가?
6) 이 운동이 지속가능한 요인은 무엇인가?
7) 이 운동은 어떤 이유로 위험에 처할 수 있는가?
8) 이 운동의 세계적인 추세는 어떠한가?
9) 누가 이 운동을 도와주게 되는가?
10) 왜 경영학원론 1권이 아닌 100권이나 혹은 100권만 만드는가?
11) 현재 어디까지 와 있는가?
12) 북한의 대학생들이나 해외동포 대학생(연변 등)도 사용가능한가?
13) 시각장애를 가진 대학생들은 어떻게 활용하는가?
1) 저자들인 교수들은 왜 참여하게 되는가?
저자들인 대학교수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저작물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가급적 그것이 경제적 수익이 되면 더욱 바람직하다. 책이 많이 읽히기 위해서는 새로운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어야 하며, 비싼 가격으로 소수의 학생들에게 공급되기 보다는 가급적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학생들이 책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학생들의 호주머니는 얇다). 그러나 서책형 대학교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 대학교재는 초판의 경우 보통 2,000여권을 인쇄하며, 평균 2년마다 반복된다. 이는 2년에 걸쳐 2,000권이 팔려야만 비즈니스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설사 대학교수가 새로운 내용을 보완하고자 하더라도 최장 2년은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서책형 교과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하루하루 바뀌어가는 지금의 세상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불편한 진실이긴 하지만 대학교재에는 많은 거품이 존재한다. 한 학기에 가르치기엔 내용이 과다하게 많거나 불필요한 칼라인쇄나 양장본 제본으로 인하여 가격이 높으며, 또 많은 내용의 변화 없이 새로운 판이 만들어져 중고책 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서책형 교과서를 보완할 새로운 개념의 교과서가 필요하며, 이는 디지털 교과서인 전자책으로 귀결된다. 그것은 전자책이 두 가지 문제, 경제적 문제와 실시간 변화가능성의 문제를 모두 해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책형 형태의 책에 익숙한, 혹은 그것을 원하는 학생의 경우도 이제 POD(publish on demand)가 보급되어, 출판사와 협력한다면 지금 가격의 15%내지 25%의 가격으로 보급형 서책형 책이 만들어지게 되므로 이 또한 교수들이 많은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볼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지금의 저작권이 있는 책은 보통 교수들의 정년퇴임과 더불어 사라진다. 이는 강의담당 교수들이 퇴임교수의 교재를 채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인 전자책은 저자들이 저작권을 기부하였지만, 필요할 때마다 개정할 수 있는 최종 편집권은 원저자가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다음세대로 넘어가더라도 살아있는 교과서의 최초 저자로 영원히 남게 된다. 예들 들어 경영학원론의 경우 제1저자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조영복교수이지만, 2020년 이후의 제2저자는 새로운 교수님이 담당하게 되며... 시간이 지나면 4,5세대에 걸친 문화적 유산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대학교수로서 지속가능한 원론의 저자로 남게 되는 일 만큼 보람된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그리고 이러한 저작권을 기부하는 교수들에게는 서책형 교과서 인세(평균 판매가격의 10%)에 버금가는 저작료를 운동본부에서 지원한다. 이는 기업과 개인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하며, 향후 선순환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 구축으로 개정에 들어가는 비용도 지원하게 된다. 그러므로 저자들은 서책형 교과서를 저술하는 것과 비교하여 경제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별로 없으며, 향후 자신의 저작물이 살아있는 교과서로 자리매김 된다는 의미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저작물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2) 출판사는 왜 동의하게 되는가?
대학교재는 지금까지 서책형으로 출간되어 왔으며, 전자책이 만들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운동본부가 구상하는 쌍방향 스마트 대학교재인 IST는 기존의 교과서와는 완전히 다르다. 서책형 교과서는 실시간으로 자료를 update 하기가 불가능하거니와 더욱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교과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책의 내용은 같다 할 수 있지만, 그 시장은 다른 것이라 보아야 한다. 즉, 제품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의 두발과, 자전거, 그리고 자동차, 비행기가 다 같은 이동수단이긴 하지만 같이 경쟁하는 제품이 아닌 것과 같다. 중복되는 영역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이들 사이엔 원천적으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전자교과서가 진화한 스마트교과서나 이 운동의 최종목표인 쌍방향교과서는 기존의 교과서가 구현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므로 빅북운동은 서책형교과서의 경쟁자라기보다는 보완재이거나 혁신적 제품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무료로 제공된다는 것이다. 이는 상업용 교과서가 따라 올 수 없는 영역이다. 이는 마치 구매력이 충분한 소비자는 음식점에서 끼니를 해결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사회복지기관에서 제공하는 무료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기존의 출판사들이 구매력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 운동은 구매력이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구매력은 꼭 경제적인 이유로만 생각 할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소외계층에게도 원론형 지식은 정보인프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출판사들도 사회공헌에 관심이 있다면, 자신의 역량을 활용하여 책이 필요하지만 구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책을 제공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또 저작권을 기부하고자 하는 저자들이 있다면, 출판을 무료로 해 줄 수 있는 출판사도 존재할 수 있다. 연간 조 단위의 시장이 되는 초중등 및 대학 교재 시장에서 그 동안 큰 성공을 거둔 출판사들이 신선하고도 의미 있는 ‘빅북운동’에 동참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 운동이 모든 대학교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원론형 대학교재 100권 정도를 무료화하고자 하는 것임으로 출판사들의 경제적 이익에 큰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를 내다본다면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나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하게 될 것임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선도적인 출판사들은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머지않아 POD(publish on demand)를 통한 주문생산 출판이 보편화될 것임으로 지금과 같은 선출판, 홍보, 서점배포, 채택섭외, 학생 소비라는 대학교재의 전통적 유통경로도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3) 대학생들과 학부모는 왜 좋아하게 되는가?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무료 대학교재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로 우선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 우리나라 2013년 대졸자는 전문대학과 대학원을 포함하여 모두 55만 명 정도 된다. 이들이 일 년에 구매하는 교과서 비용은 학기당 평균 25만 원 선, 물론 값비싼 공학이나 의학도서도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지불해야만 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
그러니까 4년을 다닌다면 교재에 들어가는 비용도 200만원은 족히 든다는 계산이며, 국가적으로는 200만 명이 매년 50만 원을 지출하니 한 해마다 약 1조원을 넘어서는 큰 시장인 셈이다. 학생들의 반값 등록금이 요구될 만큼 대학교육에 드는 경제적 부담은 크다. 따라서 저렴한 대학교재나 전자화된 무료의 대학교재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들은 비용절감 뿐만 아니라 자신의 책을 가질 수 있다는 효과도 있다. 이는 수정이 가능한 전자교과서를 이용함으로써 자신만의 메모가 가능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교과서의 내용을 언제나 변경하거나 자료를 무한대로 첨부할 수 있고 영원히 저장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학습이 가능해 학습효과도 크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변경되는 교과서가 있음으로 학습기간이 단절(군입대, 휴학 등)된다 하더라도 어디서나 변화하는 지식의 습득이 가능함으로 교육의 영속성이 보장되며, 한번 구매한 책을 입사시험이나 승진을 위하여 다시 구매해야 하는 중복투자가 사라지게 되어 그 경제적 효과도 크다. 또 자신만의 교과서를 다른 학생들이 만든 교과서와 비교해 봄으로써 더 많은 다양한 지식을 축적할 수 있으며, 모범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내용이 보완된 대학별, 학년별 창조적인 교과서도 만들 수 있게 된다.
4) 기업, 혹은 출판사가 직접 하는 것 보다 나은 점은 무엇인가?
기업과 출판사도 이러한 사업을 추진 할 수 있다. 특히 사회공헌에 관심이 있는 대기업도 이러한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사회공헌을 생각하고 있는 대형 출판사라면 이러한 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이 사업을 직접 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일반 기업(대기업)의 경우 이 사업을 자신들의 사회공헌으로 저작권을 구입하여 추진하고자 한다면, 출판업계와 대학교수 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출판시장의 경우, 다수의 소규모 출판사들이 많은 상태라 출판사들의 이익을 침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가뜩이나 어려운 출판시장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그리고 기업이 직접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교과목과 교수의 선정에서부터 장기적인 계획에 이르기까지 고려해야할 사항이 한 두 가지 아닐 것이다. 예를 들면, 시작도 하기 전에 대학교수들의 인세문제와, 누구의 책을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선택하게 되는지 등에 대한 복잡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 사업은 일시적이 아니라 상당기간 동안 지속되어야만 성과가 있는 사업이므로 기업의 뚜렷한 의지와 장기적인 자금지원이 없다면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대규모 출판사 역시 사회공헌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영세한 대학교재 시장 자체를 흔드는 사업으로 인식되어 큰 반발이 있을 것이므로 출판사가 추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사회공헌이라고 하더라도, 전체 대학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00권정도로 한다고 하더라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이다. 저작권만 하더라도 그렇다. 매년 저작권을 가진 교수들에 인세를 지급해야 할 것이며, 그 금액은 연 5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 된다. 그리고 저작권을 기부 받으면 가능하기도 할 것이지만, 영리회사인 출판사의 사회공헌을 위하여 저작권을 기부할 저자들은 찾기 힘들 것이다.
5) 정부가 하는 것 보다 나은 점은 무엇인가?
정부나 지자체가 이러한 사업을 추진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 사업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될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대학생들의 교재를 무료화하고자 할 경우, 중등학교를 비롯한 각종 교과서 사업으로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으며, 해당 교과목의 선정과 집필을 위한 대학교수의 선발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어 쉽게 추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또 초등학교도 아닌 고등교육 현장까지 교재를 무료화 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시민사회의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이며, 설사 이에 대한 동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고 예산이 반영되어 정책으로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무료전자교과서 대학교재 시장의 국제적 추세는 MOOC의 확산에서 보듯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지금은 시작 단계인 국제적인 대학교재 제작운동(Global Textbook Project)은 조만간 크게 확산된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저개발국가의 고등교육 기회균등을 위한 OECD국가들의 움직임도 신속하며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볼 때 정부나 지자체에 미루어두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6) 이 운동이 지속가능한 요인은 무엇인가?
이 운동의 지속가능성은 1)운영주체, 2)품질, 3)비지니스 모형, 4)네트워크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이 운동은 비영리기관이 운영하며, 수익을 전액 사회적 목적에 재투자하는 사회적기업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둘째, 전국의 저명한 대학교수님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하여 참여를 유도하여 수월성이 있는 교재를 제작 배포함으로써 모든 대학이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 수준(quality control)을 유지한다. 셋째, 기업의 사회공헌과, 개인의 기부 등을 통하여 초기에 필요한 저작권료에 버금가는 자금이 성공적으로 마련되었으며, 관련회사들의 기부금과 POD 출판을 통해 개정에 필요한 비용도 마련될 수 있다. 넷째, 국내적으로 교육자료를 생성하는 신문사의 신문활용교육(NIE; newspaper in education)과의 자료공유에 대한 연계(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운동에 한국언론진흥재단 저작권 기부)가 되어 있으며, 국제적인 활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 이들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자료를 공유함으로써 제공서비스가 국제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전 학문분야에서 동시에 이루어져 시너지 효과가 있다.
7) 이 운동은 어떤 이유로 위험에 처할 수 있는가?
이 운동은 첫째, 자금의 압박으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100권을 빅북으로 초기 제작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어느 정도 확산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홍보로 초기 자금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이 운동은 출판사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 실현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저작권의 기부가 보다 창조적인 저술노력을 저해하게 된다는 논리로 폄하당할 수 있다. 셋째 참여하지 않는 교수들로부터 비판 받을 수 있다. 교재를 공유하지 않는 교수님들과 공유하는 교수님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수 있으며 자칫 이분법으로 분류되어 괜한 일을 한다는 비판으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넷째 일반인들로부터 비판될 수 있다. 무료가 넘쳐나는 이 현상이 대학교재에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학생들이 스타벅스 커피를 즐기고 영화는 보면서 책은 사지 않는 풍토를 더 악화시키는 운동으로 일시적 깜짝 쇼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과소평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초기자금 1억 원이 마련된 만큼 시작 비용으로는 비교적 충분하며, 출판사들도 모든 교과서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대학교수님들의 경우도 모든 연구업적이 아니라 일부 원론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대학풍토와 관련된 우려는 아르바이트를 해서도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렵거나 책조차 살 수 없는 학생이 실지로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운동의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으며,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등 국제적인 추세로 미루어 보면 누군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시작해야만 하는 일시적인 쇼가 될 수는 없는 운동이다.
8) 이 운동의 세계적인 추세는 어떠한가?
지식을 공유하려는 움직임은 공유경제의 확산과 더불어 세계적이다. 20년 전부터 시작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지식공유운동은 저 멀리 도서관의 오래된 희귀한 저작권 기간이 소멸된 자료들을 디지털화 하여 인류의 자산으로 공유하려는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에는 MOOC의 발전으로 대학교육이 무료화 되고 있으며, P2P대학이나 학점대학 등으로 확산되어 대학교육의 가격을 낮추려는 물결이 거세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MOOC을 통한 고등교육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Rice University 등 미국의 많은 대학들과 California 주를 비롯한 주정부들도 무료대학교재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저작자에 대한 지원(2만불)을 통하여 대학교재를 무료화하기도 하고, 무료화 된 대학교재를 정가의 20% 가격으로 POD를 통하여 출판하는 등, 원론 수준의 대학교재 시장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현재, 수학, 사회학, 심리학, 통계학, 미시경제학, 경영학원론 등 주요 원론형 교재들이 Creative Commons 3.0 으로 무료로 공유되고 있다.
9) 누가 이 운동을 도와주게 되는가?
이 운동의 후원자는 우선 첫째, 기업일 것이다. 그것은 적은 사회공헌 투자로 엄청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권의 원론형 대학교재를 만드는 데는 저작권의 연간 인세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며, 개정에는 그 반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 효과는 상당히 크다. 그것은 일단 전자교과서가 만들어지면 파일을 복사하는 데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10권의 원론을 한 기업이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1억원 정도에 그치게 됨으로 광고효과에 비하면 그 비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둘째 개인 기부자들일 것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예를 들어 경영학원론이 대한민국이나 맞춤형으로 제작되어 모교에 기부될 수 있다면 일천만원 미만이 될 기부금은 그리 무리한 금액이 아니다. 사회공헌에 조금이라고 관심이 있는 개인기업이나 사업자의 경우, 실제로 성공사례가 만들어지고 구체적인 설명이 이루어진다면 참여가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정부가 참여할 수 있다. 대학생들을 위한 각종 지원정책에 대학교재인 교과서를 지원하는 정책은 아직 없다. 그러나 적은 비용의 투자로 100권의 원론형 대학교재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고, 그 개정에 그리 많지 않는 금액이 소요된다면 비용대비 투자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지자체나 대학도 참여할 수 있다. 시도별이나 대학별로 맞춤형으로 제작된 원론형 교재는 지방자치단체나 해당대학의 차별적인 대학생지원정책으로 채택될 수 있으며, 대학의 기숙사 제공과 같은 학생들에 대한 복지정책으로도 자리매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 왜 경영학원론 1권이 아닌 100권이나 혹은 100권만 만드는가?
경영학교수이므로 경영학원론 한권이면 족하다. 그러나 한권 있는 것 보다는 대부분의 원론이 인프라처럼 구축되어 있다면, 그것도 실시간으로 변하는 새로운 내용을 담아가는 원론들이 도서관의 장서처럼 늘 곁에 있다면 한권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철학, 수학, 통계학, 교육학, 법학, 사회학, 심리학, 공학, 경영학, 경제학 등등의 교과목 원론들이 스마트폰 안의 서재에 존재한다면 마음으로도 든든할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지식재창조가 가능하지 않을까? 꿈을 꾸는 것이다.
원론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교재는 교과목과 같이 수없이 많다. 그 많은 것을 모두 무료화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학문분야의 발전을 위하여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식도 경쟁하는 시장이 있어야만 더 나은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자금도 문제다. 100권을 넘어서면 우리의 능력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여기까지가 내가 받은 30년의 기쁨을 같이 나누는 것이라 여긴다. 더 이상은 다음세대의 몫일 터...
11) 현재 어디까지 와 있는가?
1) 2012년 운동을 시작한 이래로 30여분의 대학교수님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운동의 고문으로 교육부차관을 지내시고 동명대 총장이신 설동근 전 부산시교육감님, 서울대 명예교수이시고 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신 최종태교수님, 국회의원 이진복(새누리당, 동래)의원, 그리고 이영활(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고문으로 있다.
2) 빅북을 위한 전용 홈페이지(www.bigbook.or.kr)를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우선 국제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대학교재를 제공하고 있다. 14년 1월 현재, 경영학원론(Introduction to Management)를 비롯한 50여권의 교과서가 전자파일로 제공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수학, 통계학 등이 있다. 국내서적으로는 윤석찬(제주대 겸임)교수의 『소셜 웹혁명』등이 제공되고 있다.
3) 저작권자인 교수님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하여 기업 등으로부터 기부 받은 1억원 중 4,000만원으로 공유교과서인 빅북 저술을 지원하는 사업을 공고하였으며, 2014년 2월 말 심의를 거쳐 원고량에 따라 300만원에서 500만원을 지원한다. 이러한 지원으로 2014년 9월부터 10개 대학 원론 교과서가 전자화되어 전국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제공되게 된다.
4) 대형 출판사와의 협약으로 POD 출판이 예정되어 있어, 현재 교과서 가격의 25% 가격으로 서책형교과서도 제공되며(비영리 출판), 한국언론진흥재단과의 MOU체결로 참여하시는 교수님들에게 일간신문의 기사, 사진 등이 저작권 없이 편리하게 교과서에 실리게 된다. 그리고 전자파일을 이북으로 만들고 이를 편집하고 수정하는 프로그램은 F-desk가 제공하며, 이를 발전시켜 스마트 폰등의 App으로 2014년 9월부터 10권이 제공된다.
5) 2014년 1월 현재 경영학원론, 대학수학, 통계학개론, 사회복지행정론, 마케팅, 경제사상사, 간호학개론 등이 집필 중에 있다. 대학은 성균관대, 부산가톨릭대, 숭실대, 호서대, 부산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12) 북한의 대학생들이나 해외동포 대학생(연변 등)도 사용가능한가?
북한의 대학생들이나 해외동포가 많은 지역의 대학생들도 대학수학이나 통계학등은 학습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빅북은 고등교육의 교재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북한을 비롯한 해외동포 대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모국어가 한국어인 해외동포 대학생들에도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만약 북한의 대학생들이나 해외동포 대학생들이 빅북 홈페이지인 www.bigbook.or.kr에 접근 가능하다면 무료로 제공될 수 있다. 그리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북한의 대학생들이 접근 가능한 별도의 사이트를 구상해 민간협력차원과 학술교류 차원에서 전자대학교재 무료제공도 고려해 볼 수 있다.
13) 시각장애를 가진 대학생들은 어떻게 활용하는가?
전자교과서가 만들어진 후, 음성서비스가 가능하게 될 것이며, 점자로 된 책의 무료출간이 가능할 것이다.(끝)
